
AI 제안서 작성, 이번에 제대로 해 봤습니다. 글로벌 고객사에 낼 마케팅 제안서를 시장·경쟁 조사부터 인사이트 정리, 전략, 액션 플랜까지 클로드 코드로 만들었습니다.
목차
결론부터 말하면, 예전엔 여러 명이 1~2주 밤을 새우던 분량을 기획자 1명과 신입급 2명이 칼퇴하면서 끝냈습니다. 이제 PPT를 한 장 한 장 손으로 만들 일은 거의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써 보면서 분명해진 것도 있습니다. AI가 아무리 잘해도 사람이 끝까지 쥐고 있어야 하는 영역이 있다는 점입니다. 이번 글은 AI 제안서 작성에서 사람이 쥐어야 할 그 다섯 가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1. 제안의 뼈대는 사람이 잡는다
계획서든 제안서든 보고서든, 목차와 범위와 방향은 제가 정합니다. 고객이 요청한 내용이 있으면 그 니즈를 먼저 제 언어로 정리하고 나서 AI에게 지시합니다.
뼈대를 AI에게 맡기면 그럴듯하지만 고객 상황과 어긋난 문서가 나오기 쉽습니다. 뼈대가 흔들리면 그 위에 쌓인 100장, 200장이 전부 흔들립니다.
2. 덱 표본은 몇 장이면 충분하다
제가 원하는 덱의 모습은 표본 몇 장을 직접 만들어 보여 줍니다. 많을 필요 없습니다. 몇 장이면 AI가 그 문서의 패턴을 학습합니다.
표본으로 알려 주는 것은 이런 것들입니다.
- 리드 문장은 어떤 식으로 쓰는지
- 팩트 데이터를 어떻게 풀어서 쓰는지
- 본문은 장황하지 않게 몇 자 안으로 끊는지
이 표본과 첫 몇 번의 피드백만 잘 정리해 두면, 그다음부터는 정말 편해집니다. 지시하는 방식 자체가 궁금하다면 예전에 정리한 AI 보고서 작성, 팀원 대신 AI에게 지시해 본 4단계 지시법도 함께 보시면 좋습니다.
3. AI 제안서 작성의 리서치는 넓게, 결론은 “한마디로”

AI에게 리서치를 시키면 자주 놀랍니다. 제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맥락상 필요한 범위까지 넓혀서 조사해 옵니다. “아니, 거기까지 찾아본다고?” 싶은 순간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문제는 반대쪽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데이터를 방대하게 가져오기도 합니다. 그걸 다 담으면 문서가 방만해집니다.
보고서와 제안서는 결국 “한마디로 뭘 말할 건데?”에 방점이 찍혀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못을 박습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 방향은 ○○이야. 이 논점을 기준으로 모든 근거와 자료를 골라서, 거기에 집중해서 정리해 줘.”
자료와 인사이트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끌고 가려는 논리를 기준으로 삼게 하는 것. 이게 사람의 일입니다.
4. 액션 플랜은 회의에서 나온다
액션 플랜을 AI에게 맡겨도 재미있는 아이디어는 나옵니다. 그래도 결국 필요한 건 여러 사람이 회의하며 부딪혀서 나오는 아이디어입니다.
제안서든 보고서든, 한 사람이 이리 뛰고 저리 뛴다고 최고의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다. 구성원과 이해관계자의 이해와 합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 피드백까지 하나하나 받아 적어서 AI에게 넘깁니다. 회의 메모를 그대로 주고 “이 의견들을 반영해서 액션 플랜을 다시 정리해 줘”라고 하면, 혼자 쓸 때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옵니다.
5. AI 제안서 작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세한 피드백

이 문서를 누가, 누구에게 보고하느냐에 따라 정리의 방향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정리를 주도하는 사람이 한 장씩, 구체적으로 피드백을 줘야 합니다. 여러 구성원에게 피드백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실제로 주는 피드백은 대략 이런 모양입니다. 고객사와 경쟁사 이름을 빼고, 맥락만 남긴 예시입니다.
첨부 문서를 기반으로 아래 사항만 수정해 줘. 전체 흐름과 내용은 그대로 유지해.
[전체 공통]
- ‘진단’이라는 단어는 ‘조사·분석’으로 바꿔 줘.
- ‘부족·미비·부재·단절’ 같은 단어는 ‘아쉬움’ 정도로 수위를 낮춰 줘.
이 보고서를 읽을 고객사 담당자가 공격적인 비판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야.
[개요 장]
- 우선과제는 빼고, 대표 경쟁사를 고른 이유를 한 줄씩 넣어 줘.
[채널 비교 장]
- 비교 항목을 콘셉트·인기 콘텐츠·인사이트 2~3가지로 줄이고, 반응 수치 나열은 빼 줘.
[이벤트 분석 장]
- ‘참여가 일시적이다’라는 지적 대신,
‘이벤트는 경쟁사보다 활발한데 더 촘촘하게 이어 가면 좋겠다’는 아쉬움의 톤으로 바꿔 줘.
[제안 장]
- ‘감성을 더하자’는 문장 대신, 그동안 이미지 위주로만 보여 준 제품 기능을
타깃별 라이프스타일 콘텐츠로 상시 보여 주자는 방향으로 다듬어 줘.
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무엇을 바꿀지, 왜 바꾸는지, 어디는 그대로 둘지를 같이 말합니다. 이유를 함께 주면 AI가 같은 기준을 다른 장에도 알아서 적용합니다.
그 결과는?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럴 거면 직접 쓰는 게 낫지 않나요?”
피드백을 이렇게 상세히 줄 거면 차라리 직접 쓰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제가 느낀 건 반대였습니다. 완전 자동화는 아직 어렵지만, 수고는 정말 많이 줄었습니다.
제안서 시즌에는 여러 명이 1~2주 동안 밤을 새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100장, 200장은 기본이고, 그렇게 찍어 낸 페이지를 취합하고 정리하는 일도 엄청나게 힘듭니다.
이번에는 저와 신입급 구성원 2명만으로 AI를 활용했습니다. 다른 업무도 하면서, 칼퇴하면서 여유 있게 끝냈습니다. 결과물은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했습니다. 보통 큰 제안을 준비할 때면 스트레스가 상당하거든요.
AI 제안서 작성 전후를 표로 비교하면 이렇습니다.
| 구분 | 예전 방식 | 이번 방식 |
|---|---|---|
| 투입 인원 | 여러 명 | 기획자 1명 + 신입급 2명 |
| 기간 | 1~2주 야근 | 다른 업무와 병행, 칼퇴 |
| 사람의 역할 | 페이지 생산·취합 | 뼈대·표본·논점·피드백 |
| AI의 역할 | 보조 | 조사·정리·초안·수정 반영 |
그렇다고 ‘뚝딱 제안서’ 솔루션이 답일까
제안서를 하루 이틀 써 본 게 아니라서 감히 말해 봅니다. 결정권자의 피드백 단계만 줄일 수 있다면, 양질의 제안서는 AI를 잘 다루는 기획자 1~2명이 금방 만드는 일이 될 겁니다.
하지만 버튼 하나로 200장이 뚝딱 나오는 제안서 솔루션은 앞으로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안서는 결국 여러 이해관계자가 협의하는 커뮤니케이션 도구이자, 합의의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내용을 함께 다듬는 과정이 없다면 아무리 잘 만든 200장도 쓸모가 없습니다.
한두 번의 피드백으로 최고의 문서가 나오지 않습니다. AI를 아무리 잘 다뤄도 이해관계자와 구성원의 다양한 시선이 담긴 리뷰가 필요합니다. 저도 경력이 꽤 되는 기획자지만, 혼자 다 안다는 태도는 절대 금물이라고 생각합니다. 달라진 건 하나입니다. AI 덕분에 리뷰를 반영하는 속도가 아주 빨라졌다는 것.
자주 묻는 질문
AI 제안서 작성, 어디까지 맡길 수 있나요?
시장·경쟁 조사, 자료 요약, 인사이트 정리, 장표 초안, 피드백 반영은 대부분 맡길 수 있습니다. 목차와 방향, 핵심 논점, 최종 판단은 사람이 정해야 합니다.
AI 제안서 작성용 표본 덱은 몇 장이 필요한가요?
몇 장이면 충분합니다. 리드 문장 방식, 데이터 풀어 쓰는 방식, 본문 길이 같은 패턴이 드러나는 장을 고르는 게 중요합니다.
클로드 코드를 써야 하나요, 일반 채팅으로도 되나요?
짧은 문서라면 채팅으로도 충분합니다. 수십~수백 장짜리 문서를 파일로 다루고 여러 번 고쳐 나가야 한다면, 폴더 안의 파일을 직접 읽고 고치는 클로드 코드가 훨씬 편합니다.
마무리
AI 제안서 작성이 익숙해질수록 기획자는 페이지를 찍어 내는 사람이 아니라 뼈대를 세우고, 논점을 지키고, 사람들의 피드백을 모아 방향을 잡는 사람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다음 제안서에서 어떤 부분부터 AI에게 맡겨 보시겠어요? 댓글로 들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