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말은 이제 하루에도 몇 번씩 들립니다. 너무 많이 들려서 오히려 아무 정보도 주지 못하는 문장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에 결이 조금 다른 자료가 하나 나왔습니다. 말하는 쪽이 다릅니다.
앤스로픽이 직접 돌린 계산을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AI가 가장 세게 오는 시나리오에서 2030년 미국 GDP는 AI가 없을 때보다 32.4% 커지지만, 경제가 번 소득 중 임금으로 가는 몫은 지금의 약 60%에서 45.2%로 내려갑니다(2026년 9월 9일 공개된 v1.0 기준).
목차
클로드를 만드는 앤스로픽(Anthropic)이 9월 9일에 Econ Scenario Explorer를 공개했습니다. AI가 얼마나 똑똑해지고 얼마나 빨리 퍼지는지를 직접 입력하면, 2030년 미국 경제가 어떻게 되는지 보여주는 계산기입니다. 자기네 경제팀 모델에 미국 성인 10,980명 설문을 얹어서 만들었습니다.
AI를 파는 회사가 AI의 경제 효과를 스스로 계산해 내놓은 자료입니다. 그래서 더 꼼꼼히 봤습니다. 세 번 읽었는데 읽을 때마다 눈에 들어오는 게 달랐습니다. 처음엔 성장 숫자, 두 번째는 그 성장이 누구에게 가는지, 세 번째는 페이지 맨 아래 작게 적힌 “이건 예측이 아닙니다”라는 문장이었습니다. 그 순서대로 정리하겠습니다.
계산기 원문 → Anthropic Institute · Econ Scenario Explorer · 동반 기술보고서 → Economic Scenarios for Transformative AI (PDF)
계산기에서 직접 움직일 수 있는 값은 세 가지입니다. AI 역량, 확산 속도, 생산성 가정입니다. 값을 바꾸면 GDP, 임금, 노동소득분배율, 실업률이 2030년까지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다시 계산돼 나옵니다. 앤스로픽이 이름을 붙여 둔 대표 시나리오 세 개부터 보겠습니다.
1. 앤스로픽 시나리오는 셋인데, 사람들은 이미 가운데를 고르고 있습니다

모델은 세 갈래입니다. 인터넷 정도의 충격이면 Modest, AI가 지식노동의 절반을 대신하면 Substantial, 대부분의 지식노동에서 AI가 사람보다 낫게 되면 Extreme입니다. 이름은 거창하지만 뜻은 단순합니다. “얼마나 심하게 오느냐”입니다.
앤스로픽이 계산한 세 시나리오의 2030년 숫자를 AI가 없는 기준선과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 시나리오 | 전제 | 2030년 미국 GDP | 기준선 대비 | 연 성장률 | 전체 실업률 |
|---|---|---|---|---|---|
| Modest | 인터넷 정도의 충격 | 34.1조 달러 | +1.6% | 통상 수준 | 3.9% |
| Substantial | AI가 지식노동의 절반을 수행 | 36.3조 달러 | +8.3% | 5.4% | 약 5% |
| Extreme | 대부분의 지식노동에서 AI가 사람보다 생산적 | 44.4조 달러 | +32.4% | 15.4% | 11.9% |
가운데 Substantial만 해도 연 성장률 5.4%는 평소의 약 두 배입니다. Extreme으로 가면 성장률이 15.4%까지 뛰고, 전체 실업률도 11.9%로 올라갑니다. 성장과 실업이 같이 커지는 그림이라는 점부터 눈에 걸렸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웠던 건 설문이었습니다. 미국 성인 10,980명에게 “어느 쪽일 것 같냐”고 물었더니 응답의 한가운데가 Substantial이었습니다. 극단을 고른 사람은 약 10%에 그쳤습니다.
조사는 여론조사 회사 Morning Consult가 2026년 8월 11일부터 23일까지 미국 성인 대표표본을 상대로 진행했습니다. 응답자 중앙값은 2030년 GDP 약 10% 상승, 실업률 약 5% 언저리였습니다. 계산기 사이트 방문자 21,437명을 따로 모은 표본도 함께 집계돼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이미 “AI가 내 일의 절반쯤은 하게 되겠지”를 기본값으로 깔고 산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게 숫자보다 더 큰 뉴스라고 봤습니다. 충격이 올 거냐 말 거냐는 이미 논쟁이 아니고, 얼마나 세게 오느냐만 남았다는 이야기니까요.
2. 파이는 커지는데, 임금 조각은 왜 작아질까요?

여기서부터가 이 모델의 진짜 메시지입니다. GDP가 커지는 것과 그 돈이 월급으로 흘러오는 것은 다른 문제였습니다.
노동소득분배율이라는 지표가 있습니다. 경제가 만든 소득 중 임금으로 가는 비율인데, 보통 60% 언저리입니다. 이 값이 시나리오별로 이렇게 움직입니다.
- Modest — 59.4%
- Substantial — 56.1%
- Extreme — 45.2%
남은 몫은 자본 쪽으로 갑니다. 자본 몫은 같은 순서로 40.6%, 43.9%, 54.8%로 올라갑니다. 지금이 대략 노동 60 대 자본 40이니, Extreme에서는 두 몫의 크기 순서가 뒤집히는 셈입니다. 노동 몫만 놓고 보면 14.8%p가 빠집니다.
파이는 3분의 1이 커지는데, 그 파이에서 월급이 차지하는 조각은 60%에서 45%로 줄어드는 그림입니다.
숫자 하나만 기억해야 한다면 저는 이것을 고르겠습니다. GDP가 32.4% 커지는 Extreme 시나리오에서도, 노동 전체가 AI 없을 때보다 더 가져가는 소득은 +0.5%입니다. 앤스로픽 모델 안에서 성장의 증분은 거의 전부 지분과 자산 쪽으로 흘러갑니다.
저는 이걸 이렇게 읽었습니다. 성장에 올라타는 것과 성장의 몫을 받는 것은 다른 문제다. AI 덕에 회사 매출이 오른다고 내 급여가 같이 오른다는 보장은 이 모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3. 같은 해에 실업률이 17.9%와 3.9%로 갈리는 이유

가장 반직관적인 대목입니다. 노동 안에서도 방향이 정반대로 갈립니다.
Extreme 시나리오에서 지식노동 실업률은 17.9%, 그 외 노동은 3.9%입니다. 같은 해, 같은 나라의 숫자입니다.
실업률만 갈리는 게 아닙니다. AI가 없는 경로와 비교한 임금 변화도 부호가 반대로 찍힙니다. 충격이 가장 약한 Modest에서는 지식노동 임금이 소폭 내려가는 정도이고, 지식노동 실업률도 역사적 범위 안에 머뭅니다. 차이가 숫자로 드러나는 건 그다음 두 시나리오입니다.
| 시나리오 | 지식노동 임금 | 그 외 노동 임금 | 지식노동 실업률 |
|---|---|---|---|
| Substantial | −0.3% | +5.9% | 4.5% |
| Extreme | −11.5% | +33.6% | 17.9% (그 외 직종 3.9%) |
Substantial에서는 차이가 작아 보여도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AI가 강해질수록 두 줄 사이의 간격이 벌어질 뿐입니다.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AI가 머리 쓰는 일을 싸게 만들수록, AI가 못 건드리는 몸 쓰는 일이 귀해집니다. 귀해지면 값이 오릅니다. “배관공이 승자”라는 농담이 농담이 아니라 모델의 출력값이 된 셈입니다.
4. 임금은 개인 실력이 아니라 직무 카테고리 단위로 다시 매겨집니다
제가 가장 오래 붙들고 있었던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앤스로픽 모델에서 임금은 개인의 생산성이 아니라 직무 카테고리 단위로 재산정됩니다.
내가 팀에서 AI를 제일 잘 쓰는 사람이어도, 내 직무가 “지식노동” 칸에 들어 있으면 그 칸 전체의 가격이 같이 움직입니다. “AI 잘 쓰는 사람이 되면 괜찮겠지”가 방어가 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었습니다.
개인의 노력을 부정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노력이 작동하는 층위가 다르다는 뜻입니다. 같은 칸 안에서 더 잘하는 것과, 다른 칸으로 옮기는 것은 완전히 다른 선택입니다.
5. 그 주에, 계산의 전제를 흔드는 뉴스가 같이 나왔습니다
이 계산기가 나온 주에 AI가 AI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함께 나왔습니다.
앤스로픽 내부에서는 AI 에이전트 아홉 개가 사람 연구자보다 빠르게 AI 성능을 끌어올리는 실험이 돌아갔습니다. 오픈AI는 “사람 8시간마다 에이전트가 3.1일치 연구를 한다”며 작년에 예고했던 자동 연구 인턴을 약속대로 9월에 내놓았습니다. 다음 목표는 2028년 3월, 사람 없이 굴러가는 자동 AI 연구자입니다.
그런데 브레이크를 밟은 쪽이 의외였습니다. 규제 기관도 시민단체도 아니고 만드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앤스로픽 CEO 다리오 아모데이가 “초기 단계의 자기개선이 이미 시작됐다”며 업계 전체에 속도를 늦추자고 했고, 샘 올트먼과 일론 머스크, 데미스 허사비스가 동조했습니다. 반면 백악관은 속도조절론을 “사기극”이라 불렀습니다.
걱정의 뿌리는 하나로 모입니다. AI가 다음 AI를 만들면, 그 AI를 사람이 제대로 검증할 수 있느냐입니다. 지금까지는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확인했는데, 만드는 속도가 확인하는 속도를 앞지르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속도를 늦추자”는 말이 가장 앞서 있는 회사들 입에서 나왔다는 점도 적어 둡니다. 뒤따르는 회사들에게는 사다리 걷어차기로 들릴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읽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는 두 해석이 다 맞을 수 있다고 봅니다.
이 48시간을 영상으로 따로 정리했습니다. 누가 언제 무슨 말을 했는지 순서대로 붙였습니다.
발언마다 원문 기사를 붙인 목록은 AI 속도 논쟁 48시간 정리 글에 따로 모아 두었습니다.
저는 이 두 가지를 붙여서 읽었습니다. 파이가 커지는 속도를 정하는 것이 이제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그 속도를 만드는 사람들조차 손잡이를 놓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개인이 붙들 수 있는 건 속도가 아닙니다. 속도가 어떻게 되든 내 몫이 남는 자리입니다.
6. 그래서 저는 잘 쓰는 쪽 말고, 소유하는 쪽으로 갔습니다
다시 앤스로픽 계산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앞의 표들에서 Extreme 기준으로 몫이 늘어나는 쪽은 둘뿐이었습니다. 임금이 33.6% 오르는 몸 쓰는 노동, 그리고 소득 몫이 54.8%까지 커지는 자본입니다. 이 모델이 맞다면 선택지는 두 갈래입니다. 몸 쓰는 쪽으로 가거나, 성장의 몫이 흘러가는 쪽, 그러니까 자기 제품과 채널을 직접 소유하는 쪽으로 가거나.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난 몇 달 동안 코딩도 모르면서 홈페이지를 직접 짓고, 전자책 파는 사이트를 하루 만에 만들어 올린 이유가 이것입니다. 잘 쓰는 사람 말고 소유하는 사람이 되어 보자는 실험이었습니다. 작아도 내 것이면 성장의 몫이 나에게 옵니다.
7. 앤스로픽 시나리오는 예측인가요? — 숫자를 옮기기 전에
한 가지는 꼭 같이 말해야 합니다. 이건 예측이 아니라 조건부 시나리오입니다.
앤스로픽이 페이지에 직접 적어 두었습니다. 정책 대응(세금·재분배)이 빠져 있고, 경기순환이나 금융 충격도 빠져 있고, 데이터센터·전력 같은 물리적 제약도 단순화돼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가 아니라 “이 가정이면 이렇게 계산된다”입니다.
페이지와 기술보고서를 같이 보면 계산 밖에 둔 것이 더 있습니다. 개별 노동자를 추적하지 않아서 실직 뒤 다른 일로 옮겨 가는 비용은 거칠게만 들어가 있고, 파국적 위험은 아예 넣지 않았습니다.
초안은 외부 경제학자들이 먼저 검토했습니다. 명단에 대런 아세모글루(Daron Acemoglu), 데이비드 오터(David Autor), 에미 나카무라(Emi Nakamura), 벤 몰(Ben Moll) 등이 있습니다. 이들의 지적 가운데 “자본 수익률 상승”과 “노출 직군과 비노출 직군의 임금 분기”는 현재 버전에 반영됐고, 직장 이동 비용과 총수요 효과는 미해결로 남아 있다고 페이지가 밝히고 있습니다.
기술보고서의 정식 이름은 「Economic Scenarios for Transformative AI」(Anthropic Institute Working Paper No. 2026-02)입니다. 저자는 안톤 코리넥(Anton Korinek), 성장이론으로 잘 알려진 찰스 존스(Charles I. Jones), 시몬 사허(Szymon Sacher), 테스 코터(Tess Cotter), 피터 매크로리(Peter McCrory) 다섯 명입니다.
회사 안에서 나온 온도 차도 하나 있습니다. 앤스로픽 정책총괄 잭 클라크(Jack Clark)는 NPR에서 “AI 역량은 매우 빠르게 개선되지만, 경제 전반으로 퍼지는 속도는 통념보다 느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계산기에 확산 속도를 얼마로 넣을지 고민할 때 같이 떠올려 볼 만한 말입니다.
그리고 이 자료를 낸 곳이 AI를 파는 회사라는 점도 같이 읽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자료를 미래 예보가 아니라 “AI 회사가 생각하는 최악과 최선의 범위”로 봤습니다.
이 글의 숫자를 어딘가에 옮기신다면 단서 두 개를 꼭 같이 붙여 주셨으면 합니다. 하나는 “Extreme 시나리오 기준”, 다른 하나는 “세금·재분배 같은 정책 대응을 뺀 조건부 계산”입니다. 45.2%나 17.9%만 떼어 옮기면 공포를 파는 문장이 되고, 단서를 붙이면 따져 볼 만한 문장이 됩니다.
오늘 해볼 만한 것 3가지
- 앤스로픽 계산기에 내 가정을 넣어 보세요. 공개돼 있습니다. AI 역량과 확산 속도를 직접 움직여 보면 10분이면 감이 옵니다.
- 내 직무가 어느 칸에 있는지 한 줄 적어 보세요. 앤스로픽 표에 나오는 칸은 지식노동과 그 외 노동, 둘입니다. “잘 쓰느냐”가 아니라 “어느 카테고리냐”가 이 모델의 변수였습니다.
- 작게라도 내 것 하나를 만드세요. 채널이든 페이지든 제품이든. 성장의 몫이 흐르는 쪽에 발을 걸쳐 두는 가장 싼 방법입니다.
무료이고 언제든 취소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