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근하면 AI부터 켭니다. 회사에서 제가 쓰는 문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리서치 조사 보고서, 그리고 마케팅 캠페인 제안서입니다. 마케팅 기획자에게 지금은 정말 흥미로운 시점입니다. 예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수준의 일을 AI와 매일 경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는 보고서 하나에 올인하느라 밤을 새웠습니다. 이제는 팀원에게 지시하는 대신 AI에게 지시합니다. 그러면 꽤 괜찮은 리서치 보고서와 제안서가 나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하는 AI 보고서 작성 순서와 실제로 쓰는 피드백 문장, 그리고 써 볼수록 또렷해진 한계까지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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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보고서 하나에 왜 밤을 새웠을까요?
보고서를 쓰는 시간보다 쓰기 전의 시간이 더 길었기 때문입니다. 정보를 찾고, 팀원들에게 일감을 나누고, 목차를 기준으로 무엇을 쓸지와 어떤 방향으로 갈지를 먼저 잡아야 했습니다. 이 기준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다 갔습니다.
그다음에야 팀원들에게 지시할 내용을 전달합니다. 본문은 아직 한 줄도 없는데, 누가 무엇을 어떤 방향으로 쓸지 설명하는 데 기획자의 시간이 먼저 들어갑니다. 마감이 다가오면 남는 방법은 밤샘뿐이었습니다.
이제는 AI에게 무엇을 넘길까요? — AI 보고서 작성 4단계 지시법

지금은 지시하는 대상이 바뀌었습니다. 제가 AI에게 넘기는 것은 네 가지입니다.
- 샘플 덱 —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 달라는 견본 장표입니다. 레이아웃, 장표당 글자 양, 표와 도식의 쓰임새를 보여 줍니다.
- 구성과 내용 — 보고서가 어떤 부로 나뉘고 각 부에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적습니다.
- 리서치 범위와 기간 — 어디를 찾아볼지, 언제부터 언제까지의 자료를 볼지 정합니다.
- 1차 목차와 세부 목차 — 제가 생각하는 뼈대를 그대로 붙여 넣습니다.
핵심은 첫 번째입니다. 샘플 덱으로 오더를 명확하게 줄수록 제가 예상한 레이아웃 그대로 보고서가 나옵니다. 견본 없이 “보고서 만들어 줘”라고만 하면 AI가 고른 기본 모양이 나오고, 그 모양을 고치는 데 다시 시간이 듭니다.
아래는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가상의 예시입니다. 실제 업무 내용이 아니라 구조만 참고하시면 됩니다.
예시 지시문
첨부한 샘플 덱의 레이아웃과 톤을 기준으로 리서치 보고서를 만들어 줘.
· 주제: 친환경 세제 브랜드의 20~30대 타깃 인식 조사
· 구성: 1부 시장과 소비자 / 2부 주요 브랜드 활동 / 3부 시사점과 제안 방향
· 리서치 범위: 네이버·구글 검색, 타깃이 모이는 공개 커뮤니티와 카페, 쇼핑몰 리뷰. 기간은 2026년 1월~9월
· 목차: (1차 목차와 세부 목차 붙여 넣기)
· 규칙: 모든 수치와 인용에 출처 링크를 달고, 확인하지 못한 내용은 ‘미확인’으로 표시해 줘.
마지막 줄의 규칙이 중요합니다. 출처 링크를 요구해 두면 나중에 사실 확인이 훨씬 빨라집니다.
AI 리서치는 어디까지 찾아볼까요?
놀라운 건 여기서부터였습니다. 저는 2026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로 기간을 정해서 인터넷을 찾아봐 달라고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클로드 코드는 네이버와 구글만 보지 않았습니다. 타깃이 모여 있는 커뮤니티와 카페, 쇼핑몰 리뷰까지 찾아보고, 그 데이터를 근거로 인사이트를 정리해 줬습니다.
제가 생각지 못한 곳까지 뒤져서 가져온다는 점이 가장 컸습니다. 검색 결과 상위 몇 개를 요약하는 수준이 아니라, 실제 소비자의 말이 쌓여 있는 곳을 찾아가 근거로 씁니다.
다만 두 가지는 꼭 확인합니다.
- 출처를 직접 열어 봅니다. 인용한 리뷰와 수치가 실제로 그 페이지에 있는지 확인합니다. 링크가 없는 문장은 근거로 쓰지 않습니다.
- 공개된 자료만 대상으로 합니다. 로그인이 필요한 공간이나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글은 리서치 범위에서 뺍니다.
“컨설턴트 수준”이라는 말, 근거가 있을까요?

솔직히 결과물을 보면 웬만한 컨설턴트 수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이건 제 느낌만은 아닙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연구진은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의 컨설턴트 758명과 함께 실험을 했습니다. 결과는 「Navigating the Jagged Technological Frontier」라는 논문으로 나왔고, 2026년 학술지 Organization Science에도 실렸습니다.
| 구분 | AI가 잘하는 범위 안의 과제 (18개) | AI가 헷갈리는 범위 밖의 과제 |
|---|---|---|
| 완료한 과제 수 | AI 사용 그룹이 12.2% 더 많이 완료 | — |
| 속도 | 평균 25.1% 더 빠름 | — |
| 품질 | 유의미하게 높음 | — |
| 정답 확률 | — | AI 사용 그룹이 19% 더 낮음 |
표: 하버드 경영대학원 논문 요약 페이지 기준(2026년 10월 12일 확인)
눈여겨볼 것은 오른쪽 열입니다. 연구진이 일부러 AI가 잘 못하는 쪽으로 고른 복잡한 경영 과제에서는, AI를 쓴 사람들이 정답을 낼 확률이 오히려 19% 낮았습니다. 논문 제목의 ‘들쭉날쭉한 경계(Jagged Frontier)’가 바로 이 뜻입니다. AI가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의 경계가 매끈하지 않아서, 겉으로는 비슷해 보이는 일인데도 결과가 크게 갈립니다.
저는 이 결과를 이렇게 읽었습니다. AI가 만든 보고서가 그럴듯할수록, 기획자의 피드백이 경계를 잡아 줘야 합니다.
피드백은 어떻게 줘야 빨리 고쳐질까요?

수정이 필요하면 한 장씩 보고, 한 장 한 장 피드백을 줍니다. 사실 이건 사람 팀원과 해도 똑같은 일입니다.
다른 점은 과정입니다. 사람과 일하면 감정 소모도 있고, 눈치 싸움도 있고, 이 말을 어떻게 섬세하고 세련되게 전할지도 고민하게 됩니다. AI와 일할 때는 그런 고민이 필요 없습니다. 필요한 메시지만 짧게 주면 됩니다.
제가 실제로 자주 쓰는 피드백 문장은 이런 형태입니다.
예시 피드백
· “글자가 너무 많아. 장표마다 본문은 세 줄 이내로 줄여 줘.”
· “5페이지 리드 문장은 명사형으로 끝내. 다른 페이지도 일괄 적용해.”
· “이 인사이트는 근거가 약해. 리뷰 원문 인용 두 개를 붙여 줘.”
· “비교 장표 세 장은 표 하나로 합쳐 줘.”
· “이번에 고친 페이지 번호만 따로 정리해서 알려 줘.”
포인트는 “다른 페이지도 일괄 적용해”입니다. 한 장에서 찾은 문제를 문서 전체 규칙으로 바꿔 주면, 같은 피드백을 반복할 일이 줄어듭니다. 그러면 AI는 아주 예의 바르게, 빠르게, 섬세하게 고쳐 옵니다. 제가 말하지 않은 부분까지 이런 뜻이겠구나 추론해서 함께 고쳐 줍니다.
보고서가 만들어지는 동안 다른 에이전트들은 무엇을 할까요?
AI가 보고서를 만드는 동안에도 다른 AI 에이전트들은 각자 다른 일을 합니다.
- 콘텐츠 에이전트에게는 지금 화제인 AI 뉴스를 묻고, 그 주제로 유튜브 롱폼과 블로그 글, SNS 웹툰 제작을 맡깁니다.
- 영상 에이전트에게는 개인 브이로그 편집을 맡깁니다. 제목·설명·썸네일과 기타 설정을 유튜브 분석 도구 vidIQ 점수 90점 이상이 나오게 맞추고, 예약 발행까지 해 둡니다.
- 비서 에이전트는 그동안의 업무 기록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문을 연 전자책 사이트 atmbook.app에 올릴 책을 쓰도록, 집필 에이전트를 만들라고 지시합니다.
에이전트를 여럿 두는 구조가 궁금하다면 AI 에이전트 29명, 사람은 1명 — 1인 미디어 운영 조직도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무엇을 맡길지 고르는 기준은 AI 에이전트 위임 목록 짜는 법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그사이 보고서가 완성됩니다. 꽤 훌륭하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있어 피드백을 한 번 더 줍니다. 이 아쉬움은 예전에 신입의 PPT를 보며 느끼던 답답함과는 거리가 멉니다. 제가 그리는 이상적인 보고서에 비춘 아쉬움입니다.
문과의 마케팅 기획은 AI가 대체할 수 없을까요?
피드백을 몇 번 주고받다 보면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듭니다.
기획안과 보고서, 제안서를 쓰는 영역은 시니어의 경험에서 나오는 통찰이 필요하고, 그래서 AI가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사업을 책임지는 오너십을 빼면, 어쩌면 실행은 대부분 AI가 대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체감하기로는 디자인은 이미 AI가 더 완벽하게 하고, 영상 편집은 AI가 더 수월하며, 코딩과 배포는 AI가 너무나 탁월합니다. 만들고 실행하는 영역에서는 AI가 압도적입니다.
그래도 마케팅 기획만큼은 다르다고 믿었습니다. 팩트북을 조사하고, 인사이트를 뽑고, 거기서 전략과 컨셉을 쌓아 올리고, 실행과 전체 운영 계획까지 만드는 과정은 사람만 할 수 있다고요. 적어도 문서로 만드는 부분은 사람이 있어야 진행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그런 생각이 많이 없어졌습니다. 물론 제가 피드백을 많이 줘야 결과물에 날이 섭니다. 그래도 결과물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얘는 나보다 확실히 똑똑하다.
진짜 달라진 것은 컨펌 루프를 따라잡는 속도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은 점은 따로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제가 아무리 손이 빨라도, 여러 사람의 회의와 아이디어, 그리고 결정권자의 컨펌에 따라 내용이 바뀌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런데 보고할 만한 수준의 초안이 먼저 있어야 아이디어 회의도 생산적이고, 피드백과 컨펌, 수정도 빨리 돌아갑니다. AI가 없던 시절에는 실행사나 대행사 쪽 직원이 이 속도를 따라가려면 야근에 또 야근을 해야 했습니다.
지금은 이 과정이 크게 줄었습니다. 장표 레이아웃을 잡는 일은 말할 것도 없고, 내용과 새로운 제안, 데이터 분류와 정리, 리포트 작성까지 AI가 맡습니다. 목차와 내용의 흐름 같은 큰 방향만 합의되면 세부 내용을 만드는 일은 쉽고 빠르게 진행됩니다.
디지털과 AI, 문서, 실행 노하우가 여러 해 동안 훈련된 시니어 한 명이 AI를 만나면, 더 이상 무서울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조직 안에서 AI를 잘 쓰는 사람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대기업 AX가 어려운 진짜 이유에서 다룬 적이 있습니다.
| 구분 | 이제 AI에게 맡기는 일 | 여전히 사람이 해야 하는 일 |
|---|---|---|
| 리서치 | 범위·기간 안의 자료 수집, 리뷰·커뮤니티 정리 | 범위와 기간 정하기, 출처 확인 |
| 구성 | 레이아웃, 장표 초안, 표와 도식 | 견본 덱과 목차, 흐름 합의 |
| 수정 | 장표별 수정, 전체 일괄 적용 | 무엇이 아쉬운지 짚는 피드백 |
| 사업 | — | 오너십, 영업, 운영 설계 |
그래도 AI가 아직 못 푸는 두 가지 — 영업과 운영

다만 딱 두 가지는 여전히 안 풀립니다.
첫째, 영업입니다. 새 일을 따내려면 사람 사이의 네트워크, 그리고 지금까지 성공해 온 일이 쌓아 준 신뢰라는 자산이 있어야 합니다. 이 자산은 AI가 대신 쌓아 주지 못합니다.
둘째, 운영입니다. 아무리 AI가 있어도 운영은 다른 문제입니다. 바이브 코딩으로 배포가 쉬워지고, 바이브 기획으로 마케팅 제안서 작성이 쉬워졌어도 실제로 실행하고 운영하는 단계는 여전히 미지의 영역입니다. 바이브 코딩에서도 같은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PoC는 누구나 만들지만, 운영은 다른 게임이라고요.
물론 몇 달에 걸쳐 운영 업무의 시스템을 만들 수는 있습니다. 콘텐츠 제작과 편집, 발행, 분석, 보고, 성과 측정, 다음 성공 콘텐츠 준비로 이어지는 에코시스템을 브랜드별로 AI에 맞춰 최적화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요원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병목은 AI가 아니라 운영 인력과 운영 컨펌 라인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만드는 속도는 AI가 끌어올렸는데, 그 결과물을 받아서 돌리는 쪽은 아직 예전 속도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AI가 만든 보고서를 그대로 제출해도 될까요?
권하지 않습니다. 앞의 실험처럼 AI가 헷갈리는 과제에서는 오히려 정답률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수치와 인용은 출처를 직접 열어 확인하고, 결론과 제안 방향은 기획자가 책임지고 정해야 합니다.
회사 자료를 AI에 넣어도 될까요?
먼저 회사의 AI 사용 정책과 고객사 계약의 비밀유지 조건을 확인하셔야 합니다. 허용된 도구와 범위 안에서만 쓰고, 개인정보와 미공개 수치는 빼고 넣는 것이 기본입니다.
어떤 도구로 하나요?
저는 웹 검색과 파일 작업을 함께 할 수 있는 클로드 코드를 주로 씁니다. 다른 도구를 쓰더라도 견본 → 구성 → 범위 → 목차 → 피드백 순서는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팀원은 필요 없어질까요?
실행을 나누는 일은 줄어듭니다. 하지만 영업, 운영, 컨펌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은 오히려 더 중요해집니다. 팀이 하는 일의 무게중심이 옮겨 간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마치며
AI는 보고서를 만드는 실행을 대부분 가져갔습니다. 그래서 기획자에게 남은 일이 오히려 또렷해졌습니다. 견본과 목차로 방향을 정하는 일, 피드백으로 날을 세우는 일, 그리고 AI가 돌려준 시간으로 일을 따 오고 운영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이 이야기는 유튜브 영상으로도 정리할 예정입니다. AI에게 일을 맡기는 방법을 더 깊게 보고 싶다면 atmbook.app에서 첫 챕터를 무료로 읽어 보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일에서 AI가 가장 먼저 가져간 것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