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 비용이 0에 수렴하면 크리에이티브의 가치는 어디로 갈까요?

영상과 이미지 시안을 만드는 비용이 빠르게 0에 수렴하고 있습니다. 예전이라면 시안 하나를 뽑는 데 인력과 시간, 적지 않은 예산이 들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수십 개의 시안을 몇 분 만에 대량으로 생성합니다. 이 변화를 두고 많은 분이 “이제 콘텐츠는 기계가 다 만들겠구나”라고 결론을 내립니다. 하지만 저는 크리에이티브의 진짜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동한다고 봅니다. 만드는 손에서 고르는 안목으로, 즉 큐레이션과 기획력이라는 새로운 승부처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왜 ‘만들 수 있다’가 더는 경쟁력이 아닐까요?

핵심은 희소성의 역전입니다.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희소할 때는, 생산 능력이 곧 경쟁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생성 단가가 바닥으로 떨어지면 결과물은 순식간에 흔해집니다. 누구나 뽑아낼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자랑이 되지 못합니다. 이때 희소해지는 것은 판단입니다. 쏟아지는 시안 가운데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버릴지 결정하는 안목이 새로운 병목이 됩니다. 생산이 흔해질수록, 선별이 귀해지는 구조입니다.
만들기와 고르기는 어떻게 나눠야 할까요?

그래서 저는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세 층위로 나눠서 봅니다. 각 단계에서 사람과 AI의 역할이 분명히 다릅니다.
| 단계 | 하는 일 | 주도 |
|---|---|---|
| 0에서 1 | 컨셉·레퍼런스·메시지 설계 | 사람 |
| 대량 생성 | 시안을 양으로 확보 | AI |
| 1에서 10 | 컷 선별·리듬·톤 일관성 마감 | 사람 |
표에서 보이듯 AI가 채우는 것은 가운데 층, 즉 양을 만드는 부분입니다. 방향을 정하는 처음과 완성도를 결정하는 마지막은 여전히 사람의 안목이 좌우합니다. AI는 완성기가 아니라 초안 가속기라는 관점을 저는 계속 유지합니다.
실무에 바로 쓰는 큐레이션 워크플로는 무엇일까요?
운영에 적용할 수 있는 순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컨셉과 메시지, 레퍼런스를 사람이 먼저 설계합니다. 방향이 흔들리면 아무리 시안이 많아도 소용이 없습니다.
- AI로 시안을 대량 생성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완성도보다 다양성과 양을 목표로 삼습니다.
- 명확한 선별 기준을 세우고 컷을 골라냅니다. 무엇을 남길지보다 무엇을 버릴지의 기준이 더 중요합니다.
- 리듬과 톤 일관성을 사람이 보정하고 브랜드 마감으로 완성합니다.
결국 무엇이 차별화를 만들까요?
주목할 점은 승부처의 이동입니다. 시안 생성 비용이 0에 가까워지면, 경쟁의 축은 누가 더 많이 생성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잘 고르고 잘 엮느냐로 옮겨갑니다. 도구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열려 있습니다. 같은 도구를 써도 결과물의 격을 가르는 것은 기획력과 편집 안목입니다. 앞으로 크리에이터와 마케터가 키워야 할 근육은 생성 능력이 아니라 선별과 연출의 안목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만들기는 값이 싸졌지만, 고르는 안목은 여전히 비싼 자산입니다.